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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략결혼을 앞둔 의대실습생(진구)은 강물에 몸을 던져 죽은 여고생에게 마음을 뺏긴다. 가족이 몰살당한 교통사고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살아남은 소녀(고주연)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어느 날 아내에게 그림자가 없음을 발견한 남편(김태우)은 아내(김보경)가 이미 오래 전에 죽었던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무섭다기보다 기이하고 묘한 세 가지 이야기가 일제 강점기 경성의 안생병원을 무대로 연주된다. <기담>을 ‘괴담’으로 오해했을 관객에겐 극장 안 에어컨보다 더 썰렁한 공포로 실망감을 줄지도 모르겠다. 덜 무서운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공포를 주겠다는 전의마저 찾아볼 수 없으니까. 대신, 영화는 일제 강점기의 이국적이면서 고급스러운 화면에 공을 들이고, 충무로 공포물 특유의 투박한 음악대신 일본풍의 고풍스러운 스코어들로 치장한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하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올만한 강박적인 소재들을 과감히 거부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기담>에서 일제 강점기는 오로지 영화의 배경으로서만, 시각적으로 취할 뿐이다. 독립군과 일본군이 나오지 않는 느낌이 낯설면서도 매력적이기에 시대(?)와 민족(?)을 싸늘히 외면한 <기담>의 태도가 기특해 보인다. 여기에, 귀신을 다루면서도 원한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고통과 갈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도 빼놓아선 안 되겠지. 원한에 시달리는 충무로 공포물의 식상함을 극복하는 <기담>. 다만, 조금만 더 공포를 끌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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