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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방(Unborn But Forgotten, 2002) 감독 임창재 각본 함현근外 이은주 정준호 임신부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특이한데, 하나는 죽은 여성들이 실제로 임신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 낙태를 한 직후라서 임신할 뻔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두 번째는 그녀들 모두 ‘마리 산부인과’라는 사이트에 접속한 경험이 있다. 그 사이트는 이미 오래 전에 서버가 차단되었는데도 유령처럼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저주의 사이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방송국 PD인 한수진(이은주)과 최형사(정준호)가 투입된다. 한편, 낙태 경험과 문제의 사이트에 접속한 적이 있는 수진이 바로 다음 희생자로 지목되는데... <하얀방>이 퍼붓는 공포의 물량 공세는 상당하다. 전작들을 실험 영화로 가득 채우고 있는 임창재 감독답게 영화는 공격적인 코드들의 대향연이다. 이야기 곳곳에 끼어드는 환상 장면하며 자극적인 코드들만 골라서 채운 이미지들, 과다한 음향 효과 등등. <하얀방>의 사운드와 이미지는 입력레벨 수치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질서가 없다. 단지 공격적으로 튀어나올 뿐. 개연성을 부여받지 못한 이미지의 나열, 순간적인 쇼크 효과만을 바라고 끼어드는 환상장면들은 공포를 조성하는데 실패했다. 더 큰 문제는 도통 이야기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는 결국 한을 풀려는 원혼 이야기였다. 이렇게 흔하고 평범한 줄거리가 한 힘으로 모이지 못하고 사방팔방으로 뻗치는 느낌이다. 낯선 길에 들어서면 틈틈이 표지판을 확인하는 번거로움처럼 <하얀방>의 줄거리는 불친절하고, 어수선하며, 그래서 낯설다. 죽음을 절박하게 형상화 시키지 못한 점도 <하얀방>이 심심해져 버린 이유다. 일주일 후에 죽음이 예정된 수진의 처지는 <링>의 레이꼬과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링>만큼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의 계단을 차곡차곡 올라갈 때 머리가 천장에 닿는 아찔함이 없다. <하얀방>은 데드라인에 임박해도 평지만을 걸어 갈 뿐이다. 공포는 보이지 않는 속성이라지만 영화는 끝까지 공포의 실체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자멸해버린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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