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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슈슈의 모든 것 (リリィ シュシュのすべて, 2001) 연출 이와이 슌지 각본 이와이 슌지 평점 Good! 이치하라 하야토 아오이 유우 오시나리 슈고 이치카와 미와코 이와이라는 에테르의 정체 이지메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은 유이치. 그럼에도 유이치가 위험한 마음을 먹지 않는 이유는 그의 정신적 지주로서 릴리슈슈가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릴리의 에테르에는 특수한 힘이 있어서 우리의 마음을 치료해줘.” 유이치는 인터넷상에 팬사이트를 만들어 ‘필리아’라는 존재로 유랑하면서 역시 같은 이유로 힘들어하는 또래들과 세상을 소통한다. 이들 릴리 추종자들은 믿는다. 그녀가 가진 에테르(이것을 ‘정기’라고 해석하면 무난하다.)는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 줘서 세상을 자유롭게 비행하게 해줄 것 이며 학교로 상징되는 현실에서 상처받은 아픔들을 치유해줄 거라고. 이들에게 릴리가 없는 삶은 세상의 종말과 다름이 아니다. 오직 릴리만이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 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에테르가 필요했을 때 릴리는 어디에 있었던가? 송신탑에 올라가 자살을 시도한 아이에게 릴리가 달아준 날개는 없었다. 이지메를 당해 결국 친구의 등에 칼을 꽂아야 했던 아이에게도 릴리의 에테르는 없었다. 가엾은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해줄 거라는 릴리, 애초에 존재하기나 했단 말인가? 아이들은 그렇게 릴리의 가상세계를 벗어나 어른세상의 냉혹한 이치를 깨달아 간다. 이것을 흔히 말하는 ‘성장’이라고 한다면 어른세상으로 가는 길을 지옥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이와이 슌지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통해 그렇다고 속삭인다. ![]() 처음부터 릴리슈슈는 없었다. 당신이 만약 <러브 레터>와 <4월 이야기>의 따뜻했던 이와이 슌지를 기대했다면 배신감에 치를 떨다 극장을 나오리라.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어루만져주던 이와이의 손길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를 통해 비로소 감처둔 손톱을 세워 당신의 가슴 이곳저곳에 상처를 낼 것이다. 하지만 이와이의 ‘변질’보다 감당하기 힘든 사실은 다른 곳에 있다. 배신감에 사무치는 당신조차 이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이와이 모든 것’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 일단 피사체로 사정권에 들어온 이상 그것이 사람이든 풍경이든 뼛속까지 아름다움을 취하는 이와이만의 장기는 여전하다. 그것이 사랑에 막 빠져버린 애송들이든, 사랑의 막장까지 경험한 노련한 연인이든 한번 취한 대상의 감정을 바닥까지 파헤치는 집요함도 여전하다. 굳이 <러브레터>를 보면서 솜사탕 같은 달콤함 뒤에 도사리던 거짓사랑의 존재에 깜짝 놀랐던 기억을 상기할 필요도 없다. 희망과 절망사이에서 이와이는 우리에게 애초 희망이 존재하기나 했었냐며 정색을 하고 덤벼든다. 희망은 체념이란 녀석이 가면을 쓰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악담을 내뱉는다. 연인들의 데이트 무비를 만들어 온 이와이에게서 이런 메시지는 당혹스럽다 못해 배신감이 느껴진다. 만약 체념이 희망이란 가면을 썼다면 이와이 슌지 역시 그동안 가면을 쓰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의심할 여지없이 <릴리 슈슈의 모든 것>는 남몰래 다시 한번 보게 만드는 영화다. 2시간 20분이라는 가공할 런닝 타임에 몇몇 끔찍하게 지루한 장면들, 또 몇몇 감당하기 힘든 소녀취향의 장면들이 곳곳에 포진해있음에도 말이다. 그것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는 당신이 통과의례로서 지나쳐왔던 그 시절의 잿빛 하늘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세상 어딘가에 구원의 메시지가 있을 거라고 끔찍했던 시절을 버텼지만 애초 구원자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걸 발견한 당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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